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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리더십

핑구힝구 2021. 10. 2. 05:40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서평

어떠한 정치인이 참된 정치인이라고 믿나요?

누구는 정치인은 악과 손잡지 않아야 할 것을 주장합니다. 또한, 자기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참된 정치라고 이야기 합니다. 다른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만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권력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민주사회에서 당선이 되는 것이야 말로 옳음을 담보한다고 믿는 자와, 국민에 반하더라도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죠.
  

막스 베버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직업으로서의 정치> 라는 책 제목을 보면 알듯 그는 정치에 있어 환상적인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모든 면을 가진 균형의 정치인이 될 것을 요구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매 정치 순간마다 딜레마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나의 신념은 평화로운 것인데, 적국에서 우리에게 군사적으로 위협을 하며 나라를 내놓을 것을 요구합니다. 내가 맞서 싸운다면 이는 곧 전쟁이요, 평화의 신념을 스스로 깨는 일입니다. 그러나 적국에 항복한다면, 우리의 국민들의 삶은 보호 받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수단으로 악을 사용해야 하는가 에 대해서 신념윤리만을 주장하는 사람은. 그 어떠한 악과 타협하는 수단도 거부합니다. 선과 있으면 선만이, 악과 있으면 악만이 기다린다는 이 명제로 사람들에게 악으로 대응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막스 베버는 신념윤리자들에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알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어린아이라고 비난하며, 이 무책임을 세계의 부조리 탓으로 돌리는 행위에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저 역시 평화를 지키고자 하면 오히려 비 평화적인 군대의 유지와, 무기의 개발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죠. 하지만, 제가 평화를 지키고자 한다는 말로 모든 적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학살을 자행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는 당연한 일이죠.

 고로 우리는 신념윤리와 책임 윤리를 둘 다 두고 행동하여야 합니다. 막스 베버 역시 이 둘은 대립물이 아니며 둘이 합쳐서 “정치의 소명”을 지닌 인간을 만들어낼 도구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치에는 이 윤리의 딜레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 대한민국 상황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꽤 정치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꽤 경멸의 의도로 사용되고 있죠. 국민의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이 포퓰리즘은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와 제일 밀접한데 어째서 비난을 받는 걸까요?
 
일단, 이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막스 베버의 대중이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전제합시다. 만약 대중이 제일 옳은 선택을 한다고 믿는다면 이 딜레마는 쉽게 회피할 수 있기에 이 가정은 전제 되어야 합니다. 이게 옳던 그르던 말이죠.

이 가정 하에, 국민이 무지하여 국가에 해가 될 것이 예측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원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치가 그리하였듯 사람들을 전쟁으로 내몰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했던 것은 대부분의 독일 국민들의 동의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이럴 때 본인의 대의와 객관성을 버리고 관료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권력을 얻기 위해서 허풍쟁이가 된다면, 이것은 국가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고로 자신의 신념을 권력을 얻기 위해서 내팽겨쳐서는 안됩니다. 막스 베버는 이를 배우가 될 위험이라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배우는 인기를 얻는 것 자체에 집착하여 어떠한 대의도 없이 정치하는 허영 그 자체에 빠진 사람이라는 표현이죠. 저는 지도자는 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기에 선출되며, 단순 대중의 화살표에만 모든 정치적인 판단을 떠맡길 거라면 의원내각제를 실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참된 정치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념만을 추구하여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도 막스 베버는 부정합니다. 이 리더로서의 인기, 즉 권력이 없다면 관료들은 복종하지 않고 각각이 정치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휘어 잡지 못한다면, 권력 기구는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고 점차 국민의 말을 부정하며 본인이 지도자인 양 행세하고자 합니다.이 역시 옳은 방향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고로 나의 신념과 권력 사이에서 끊임 없이 균형을 추구하여, 자신의 신념을 국가에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야 말로 참된 정치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인 것입니다.
막스 베버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균형의 리더십입니다. 기존의 이상주의자와는 다르게 신념을 갖되 현실과 타협 하는 것이죠.

그동안 이상주의자들은 신념만을 갖고 현실과 타협하기를 거부해 왔습니다. 실패하면 이 세상을 비난하고, 종교적인 사고로 이것은 시련이라며 하느님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고 하기도 하죠. 이는 종교인으로서는 순진하여 사람을 매료하고 존경 받을지는 몰라도 정치인이 된다면 무능의 극치이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또 그들은 타인을 설득하여 표를 얻는 행위를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만을 반복하여 주장합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리더로서의 자격 증명을 하는 행위를 포기하고 나를 알아봐 주지 않은 사회의 멍청함을 탓해봐야 그는 리더로서의 기본적인 자격도 포기한 셈이기에 그저 누워있는 이상론자와 별 다를 바 없지요.

 다만 그렇다고 매표 행위를 하여 신념 없이 정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극히 혐오스러운 일일 겁니다. 권력 자체만을 위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행위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이고, 이것이 옳지 않음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는 신념을 가지면서도 세계의 비열함에 굴복하고 탓하지 않으며,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여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것을 성공한 자가 진정한 정치인. 즉 “소명으로서의 정치인” 이라고 말하였는데, 이것이야말로 끝까지 균형을 지켜야 가능한 일이므로

이에 저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인을 균형으로서의 정치인 이라고 칭하고자 합니다.